World Flow
004. D-5
D-5
두 번째 프리뷰 Pale Blue Dive가 공개되고, 길어진 제목과 파란 질감은 검색어와 별칭부터 먼저 갈라놓는다.
D-5 오후 여섯 시,
두 번째 1분 프리뷰가 올라왔다. 제목은 Pale Blue Dive. 인터넷은 긴 제목 앞에서 늘 가난해진다. 공식 계정은 끝까지 정중하게 썼고, 사람들은 7분 만에 접었다. PBD, 피비디, 페블다, 페쩌고, 페일블루, 파란다이브, 페일블루드라이브, pale blue drive, paleblue, 심지어 드라이브 아니고 다이브까지 같이 떠다녔다. 누군가는 Pale의 대문자까지 챙겼고, 누군가는 그냥 오늘 파란 거라고 불렀다. 세상은 늘 그렇게 성의 없고 정확하다.
Blue Light가 낮의 유리문 앞에서 사람을 세워 뒀다면, Pale Blue Dive는 바로 창밖에 던져 버린다.
참 친절한 척하더니 하루 만에 고도를 올려 버리는 거다. 제목에 Dive가 붙었으니 잠수하는 곡일 줄 알았다. 청자들은 그걸 멋있는 말로 정리하지 않았다. 그냥 “물 노래가 아닌데?”라고 했다. 이쯤 되면 4MATTERZ는 홍보를 하는 게 아니라, 청취자를 적당히 괴롭히는 중이라고 봐야 맞다. 그런데 음악 홍보는 원래 살짝 그런 직업 아닌가?
첫 반응은 제목부터 때렸다. 대부분은 줄였다. 줄이다가 틀렸다. 틀리다가 놀렸다. 제목은 못 외워도 날 붙잡아, 아니 나를 놔는 외웠다.
이날 검색창은 좀 더 못생겼다. pale blue drive, 페일블루 드라이브, 페블, 피비디, 그 파란 다이브, 글래시 두번째, 글라시 pbd, 괄호밴드 신곡 같은 것들이 서로 다른 사람의 엄지에서 나왔다. 정확한 표기는 공식 포스트에 있고, 실제 유입은 대충 쳐도 자동완성이 받아 주는 쪽으로 흐른다. 사람은 이름을 배우기 전에 먼저 귀찮아한다. 그 귀찮음을 이기고 두 번째 재생을 누르면, 그때부터는 조금 진다.
디시에서는 제목과 가사가 동시에 맞았다.
길다. 허세다. 물도 없는데 다이브냐. 근데 드럼은 좋다. 기타 소리 좋다. 저역이 막 두껍지 않아서 촌스럽지 않다. 이런 식으로 욕과 인정이 같은 글 안에서 붙었다. PBD가 더 취향이라고 쓰면 바로 밑에서 그걸 왜 취향이라고까지 하냐고 맞았다. 그런 싸움이 있어야 게시판이 산다. 다 같이 예쁘게 좋다고 하면 그건 댓글창이 아니라 사전검수다. 현실의 호감은 대개 반쯤 짜증난 얼굴로 온다.
누군가는 어제 노래가 더 듣기 쉽다고 했고, 누군가는 오늘 쪽이 더 밴드 같다고 했다. 여기서도 대단한 합의는 없었다. 다만 둘 다 들은 사람이 조금 늘었다. 그 정도면 D-5의 승산은 이미 꽤 됐다. 불호도 더 구체적으로 변했다. 감성 과하다, 제목 허세, 1분 공개 질림, 파란색 너무 우려먹음 같은 말이 나왔는데, 그중 일부는 이미 곡 안의 특정 구간을 들고 있었다. 이 정도면 반발도 완전히 바깥에 있지 않다.
휴대폰 스피커와 이어폰의 차이도 꽤 빨리 갈렸다. 스피커로 들은 사람은 가볍다, 얇다, 어제보다 덜 붙는다고 했고, 이어폰을 꽂은 사람은 드럼의 전진감과 고역의 번쩍임을 먼저 들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 곡은 아래를 두껍게 누르는 대신 위쪽을 많이 쓴다. 그래서 대충 들으면 비어 보이고, 다시 들으면 자꾸 올라간다. 댓글창은 그 차이를 폰스피커 배신, 이어폰 끼니까 갑자기 바쁨, 출근길용인데 출근하기 싫어짐 같은 말로 처리했다.
음악 조금 듣는 쪽에서도 말은 그리 우아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템포를 찍어 보려다가 포기했고, 누군가는 “이거 120 넘나?”까지만 썼다. 중요한 건 숫자보다 몸이었다. Blue Light를 들을 때는 의자에 앉아 있어도 됐는데, PBD는 괜히 발끝이 바빠졌다. 그렇다고 시원한 주행감은 아니었다. 후렴이 터질 때 통쾌하게 문을 열어 주는 대신, 사람을 계속 애매한 속도로 밀었다. 그래서 댓글이 더 성질났다. 빨리 가는 것 같은데 숨통은 안 트이는 노래. 출근길에 들으면 욕 나오는 타입.
카페에서는 공연 얘기가 조금 더 빨리 나왔다. 이 곡은 라이브에서 드럼이 처지면 바로 힘이 빠질 것 같다는 말, 베이스를 두껍게 뭉개면 곡이 답답해질 것 같다는 말, 기타를 너무 넓게 깔면 매력이 죽을 것 같다는 말. 과하게 어렵진 않았지만 귀가 어디를 보는지는 분명했다. 이 정도 문장은 공개 카페에 있을 수 있다. 단어가 멋있으려고 애쓰지 않고, 합주에서 신경 쓸 만한 지점을 말하니까. 아직 무대는 못 봤다. 그래서 말끝에는 반드시 봐야 안다가 붙었다. 아주 현실적이고 피곤한 보증 조건이다.
다음 날 공개될 Mercury 얘기도 끝에 붙었다.
아직 아무도 그 곡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말은 전부 예상이었다. 제목 보니까 갑자기 수은이냐, 파란색 다음에 금속임?, 이번엔 물도 없고 내일은 액체 금속이냐, 이 팀 제목 왜 사람 괴롭히냐. 그런 말들이야말로 D-5의 끝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글래시를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공개 시간을 알고 있다. 제목을 틀리게 줄인다. 특정 초를 보낸다. 어제와 오늘을 비교한다. 내일을 욕하면서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