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MATTERZ

에피소드

004. room_take1

room_take1

원재경이 없는 날의 합주. 곡은 망하지 않았고, 그게 이 날의 문제였다. room_take1.wav.

성수동 합주실의 온도는 24도였다. 윤다정이 가장 먼저 와 있었다. 신디사이저 앞에 앉아 손등으로 머리카락을 한 번 넘기고,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입력값을 다시 봤다. 빨간 LED가 한 번 켜졌다가 꺼졌다. 왼손은 페이더를 아주 조금 내리고, 오른손은 노트 위에 pad low / predelay short / vocal guide -8이라고 적었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방은 그 자체로 일이 되었다. 다정은 방을 좋아하지 않았다. 방이 준비된 상태를 좋아했다.

차규빈은 두 번째로 들어왔다. 문을 닫는 힘이 늘 같았다. 합주실 문은 세게 닫으면 안쪽 공기가 잠깐 눌리고, 약하게 닫으면 다시 열리는 소리가 난다. 규빈은 그 중간을 알고 있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드럼 셋 위치를 한 번 봤다. 하이햇 스탠드가 전날보다 반 뼘 안쪽으로 들어와 있었다. 누가 옮겼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규빈은 말없이 원래 위치로 밀었다. 스툴 위에 앉기 전 핸드폰을 봤다. 두 시 십이 분 전. 스틱 케이스가 열렸다. 한 번 쥐고, 한 번 돌리고,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오늘 재경 언니 안 와요.”

다정이 먼저 말했다. 시선은 여전히 노트 위에 있었다. 규빈의 손이 잠깐 멈췄다. 멈춤은 아주 짧았다. 말이 나오기에는 너무 짧고, 모르는 척하기에는 너무 긴 정도.

“목?”

“컨디션 관리래요. 데모는 보냈어요.”

“아.”

규빈은 더 묻지 않았다. 목이 아니네, 까지는 알았다. 목이면 다정이 목이라고 했을 것이다. 컨디션 관리라는 말은 대체로 맞는 말이다. 다만 무엇의 컨디션인지가 빠져 있었다. 규빈은 빠진 말을 억지로 채우지 않았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고선우가 두 시 정각에 들어왔다. 손에는 기타 케이스, 어깨에는 얇은 검정 가방. 문가에서 신발 끝으로 바닥을 한 번 밀고 들어왔다. “어.” 짧은 인사. 다정은 “어, 왔어.”라고 했다. 선우는 페달보드 옆에 기타 케이스를 놓고, 지퍼를 열었다. Old Candy Apple Red가 조명 아래 어두운 와인색으로 보였다.

“재경 언니 안 온대.”

다정이 말했다. 선우의 손이 기타 넥을 잡은 상태로 멈췄다.

“왜요.”

“컨디션.”

“목?”

다정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것이 대답이었다. 선우는 더 묻지 않았다. 스트랩을 어깨에 걸고 튜닝을 시작했다. E 줄이 반 음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선우는 페그를 조금 돌렸다. 너무 빨리 돌리지 않았다. 너무 천천히도 아니었다. 오늘은 모든 동작이 남의 방에서 하는 것 같았다.

한준희는 두 시 사 분에 들어왔다. 베이스 케이스가 어깨에서 내려졌다. 검정 셔츠 소매가 팔꿈치까지 걷혀 있었고, 실버 이어커프가 머리카락 사이로 잠깐 보였다.

“Sorry, 저 늦었죠.”

“사 분?”

다정이 말했다.

“그럼 늦은 거 맞네.”

준희는 웃으면서 베이스 케이스를 세웠다. 케이스를 여는 손이 가볍다가, 방 안을 한 번 보고 멈췄다. 마이크 스탠드 앞이 비어 있었다. 빈 자리는 사람보다 빨리 보였다. 스탠드는 그대로 있었고, 흰색 Telefunken M80도 그대로였다. 마이크가 있어서 사람이 더 없었다.

“언니 안 와요?”

“응.”

“아파요?”

다정은 노트북을 열었다.

“음. 컨디션 관리.”

준희는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That sounds worse.” 말은 작았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 준희도 더 말하지 않았다. 베이스 케이스에서 버터크림 머스탱을 꺼냈다. 검정 픽가드가 방의 조명을 받아 짧게 빛났다.

다정의 노트북 화면에 새 폴더가 열려 있었다. EP2_seed라는 이름. 그 아래 파일 세 개가 있었다.

wjk_after_demo_v3_clean.wav

wjk_after_demo_v3_less.wav

wjk_after_demo_v3_real.wav

다정은 파일명을 보자마자 손끝이 한 번 굳었다. 원재경이 파일명을 이렇게 만들 때는 대체로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평소라면 v3에서 끝났을 것이다. 마음에 안 들면 v4로 갔을 것이다. 그런데 clean, less, real. 셋 다 수식어였다. 정답을 고르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정답이 자기 쪽으로 너무 가까이 온 사람이 붙이는 말이었다.

“셋 다 들을 거예요?”

“하나만.”

다정이 v3_less를 클릭했다. 그게 제일 덜 거짓말 같아서.

스피커에서 아주 낮은 노이즈가 먼저 나왔다. 방 자체가 켜지는 소리. 다음으로 닫힌 노트북을 여는 듯한 작은 클릭. 그 뒤에 원재경의 가이드 보컬이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시작됐다. 목소리는 낮게 깔려 있었다. 울먹이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깨끗했다. 자음은 또렷했고, 모음은 지나치게 얇게 빠졌다. 잘 부른 테이크였다. 너무 잘 부른 테이크였다.

차규빈은 그걸 듣고 고개를 한 번 내렸다. 박을 잡았다. 데모 안의 미디 드럼은 단순했다. 킥은 앞을 잡고, 스네어는 뒤를 밀지 않았다. 규빈이 쉽게 살릴 수 있는 형태였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쉬운 형태는 대체로 누군가 어렵게 비운 결과였다.

다정이 보컬 볼륨을 한 단계 낮췄다. 너무 크면 부재가 커졌다. 너무 작으면 곡이 사라졌다. -8에서 -10. 패드는 더 낮게. 프리딜레이는 짧게. 하이컷은 조금 닫았다. 원재경의 목소리가 방을 점유하지 못하게 하면서도 완전히 빠지지 않게 했다. 이건 지우는 작업이 아니었다. 사람이 없는 자리에 사람의 소리가 너무 많이 앉지 않게 하는 처리였다.

고선우는 처음부터 기타를 치지 않았다. 손은 줄 위에 있었지만, 피킹은 들어가지 않았다. 데모 안의 기타가 비어 있었다. 그 비어 있음이 너무 명확해서 오히려 손이 늦어졌다. 누가 자리를 남겨 둔 게 아니라, 누가 여기를 알아볼 거라고 믿고 비운 것 같았다. 그게 싫었다. 믿는다는 건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아주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한준희는 첫 소절이 끝나기도 전에 저역의 빈 곳을 봤다. 베이스는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많이 들어가면 곡이 바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오늘 곡은 걸어 나가면 안 되는 곡이었다. 누군가 방 안에 남아 있고, 다른 사람들은 방의 높이를 낮춰 둔 상태. 준희는 세 번째 박 뒤에 짧게 들어갔다가 바로 빠졌다. 너무 밝았나. 손이 멈췄다. 다시 쳤다. 이번엔 반 박 늦게. 맞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갈게요.”

규빈이 말했다. 말이 합주실 바닥에 떨어졌다.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카운트가 들어갔다. 하나, 둘, 셋, 넷.

첫 완주는 이상하게 잘 굴러갔다. 규빈은 필인을 줄였다. 평소라면 다음 구간으로 밀어 주던 자리에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 드럼은 앞을 잡았지만 과하게 끌지 않았다. 밴드가 넘어지지 않을 만큼만. 다정의 패드는 차가웠다. 너무 차가워서 건조한 게 아니라, 과열될 틈을 주지 않는 온도였다. 준희의 베이스는 처음엔 조심스러웠다가 코러스에서 아주 조금 위로 걸었다. 방이 완전히 바닥으로 내려앉지 않게. 선우의 기타는 들어오는 자리마다 한 번 망설였다. 망설인 티가 났다.

코러스 전, 원재경의 가이드 보컬이 문장 하나를 지나갔다.

you didn’t ask / so I almost answered

고선우의 픽이 줄을 스쳤다. 소리가 너무 얇게 나왔다. 본인이 듣기에도 그랬다. 차규빈은 바로 알았다. 시선은 드럼 위에 있었지만, 귀는 기타를 잡았다. 규빈은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사건이 된다. 처음 완주는 끝까지 가야 했다. 선우도 그걸 알아서 다시 들어갈 자리를 기다렸다. 곡은 한 번도 멈추지 않은 채 마지막으로 갔다.

끝.

합주실이 조용해졌다. 스피커의 노이즈만 남아 있었다. 마이크 스탠드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다정이 스페이스바를 눌러 재생을 멈췄다.

“좋네요.”

준희가 말했다. 말하자마자 자기가 이상한 말을 했다는 걸 알았다. 좋다는 말은 가끔 너무 가볍다. 그래도 다른 말을 고를 시간은 없었다.

규빈이 스틱을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다시.”

다정이 바로 파일을 처음으로 돌렸다. 고선우의 손이 줄 위에서 한 번 굳었다.

“선우.”

규빈이 불렀다.

“네.”

“너무 물렀는데.”

선우의 턱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 화가 난 얼굴은 아니었다. 정확히 들켜서 불편한 얼굴.

“알아요.”

“그럼 빼지 마.”

선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규빈도 더 말하지 않았다. 이미 필요한 말은 끝났다. 다정은 아무 말 없이 두 번째 재생을 눌렀다.

두 번째 완주는 달랐다. 고선우의 기타가 코러스 전 한 마디에서 제대로 들어왔다. 클린하게 끝나지 않는 서스테인. 너무 더럽지도 않고, 너무 깨끗하지도 않은 한 줄. 원재경의 가이드 보컬 아래에서, 그 소리가 표면을 아주 얇게 긁었다. 곡이 그 순간 살아났다. 없던 사람이 돌아온 게 아니라, 없는 사람의 자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준희의 베이스도 더 정확해졌다. 너무 밝게 걷지 않았다. 대신 코러스 뒤에서 한 번 위로 살짝 올랐다가 바로 내려왔다. 방을 열지 않고 공기만 바꿨다. 다정의 패드는 그 위를 더 낮게 덮었다. 규빈의 드럼은 한 번도 감정적으로 밀리지 않았다. 넷은 각자 자기 일을 했다. 그래서 곡은 완주됐다. 꽤 잘됐다. 너무 잘됐다.

끝나고 나서 아무도 바로 말하지 않았다.

준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언니 이거 들으면 싫어하겠는데요.”

다정이 노트북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왜.”

“너무 잘돼서요.”

그 말은 방 안에 조금 오래 남았다. 규빈이 스틱을 다시 케이스에 넣지 않고 손에 쥔 채로 있었다. 선우는 기타 넥을 잡은 손에 힘을 조금 더 줬다. 다정은 파일명을 저장하지 않고 화면을 보고 있었다.

너무 잘돼서 싫어할 것.

그건 원재경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이상한 말이었다. 팀이 자기 없이도 잘하면 좋은 일 아닌가. 보통은 그렇다. 그런데 원재경은 보통의 좋은 일을 보통으로 받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 없이도 곡이 살았다는 사실은 안심이면서 동시에 슬픔이 될 수 있다. 혼자 만든 표면이 혼자 유지된 게 아니었다는 증거니까. 네 명이 각자 자기 자리를 너무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는 증거니까.

“다시 들어요?”

준희가 물었다.

“아니.”

다정이 말했다.

“보낼게요.”

“파일명?”

규빈이 물었다.

다정은 저장창을 열었다. 처음에는 no_vocal_rehearsal_take1.wav라고 치다가 지웠다. 보컬이 없다는 사실을 파일명에 쓰는 건 너무 직접적이었다. 없다는 말은 가끔 사람을 더 불러낸다. 다정은 잠깐 생각했다. 그러고는 다시 쳤다.

room_take1.wav

엔터.

“그게 낫네요.”

준희가 말했다.

“응.”

다정은 파일을 익스포트했다. 프로그레스 바가 천천히 차올랐다. 원재경의 목소리는 아주 낮게 깔려 있고, 네 명의 소리가 그 위를 지나간 파일. 보컬 없는 파일이 아니었다. 사람이 없는 방의 파일이었다.

규빈이 핸드폰을 꺼냈다.

“보내?”

“보내죠.”

다정이 말했다.

고선우는 아무 말 없이 기타 케이스를 닫았다. 평소보다 천천히. 준희는 베이스 케이스 지퍼를 끝까지 올리다 말고 말했다.

“언니 들으면 올 것 같은데.”

다정이 파일 전송 버튼을 눌렀다.

“그럼 오겠지.”

파일이 전송됐다.

합주실은 조금 더 조용해졌다. 원재경이 없는 날의 합주는 끝났다. 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망하지 않았다. 그게 이 날의 문제였다.

원재경은 집에 있었다. 흰 티를 입고, 젖은 머리를 완전히 말리지 않은 채로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노트북 화면에는 자신이 보낸 세 개의 파일이 아직 열려 있었다. clean, less, real. 어느 것도 맞지 않았다. 너무 깨끗하고, 너무 덜어냈고, 너무 진짜처럼 굴었다. 진짜처럼 구는 것은 가끔 진짜보다 더 싫다.

알림이 떴다.

> room_take1.wav

그 아래 메시지 하나.

> 오늘 한 번 간 거예요

원재경은 파일을 바로 열지 않았다. 물컵이 책상 오른쪽에 있었다. 본인이 따라 둔 물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남이 따라 둔 것처럼 보였다. 뚜껑 닫힌 립밤, 접힌 세트리스트, 충전 중인 인이어 케이스. 전부 제자리에 있었다. 방이 너무 잘 놓여 있었다.

오 분쯤 지나 파일을 열었다.

처음엔 방 소리가 나왔다. 합주실의 낮은 노이즈. 다정이 남겨 둔 보컬 가이드가 아주 낮게 깔려 있었다. 자기 목소리였다. 자기 목소리인데, 마이크 스탠드 앞에 서 있지 않은 목소리. 그 아래로 규빈의 드럼이 들어왔다. 평소보다 덜 밀고, 더 안전하게. 다정의 패드가 차갑게 눌렀다. 준희의 베이스가 너무 무거워지기 직전에 위로 한 번 걸었다. 선우의 기타가 코러스 전 한 마디에서 표면을 긁었다.

원재경은 화면을 보지 않았다.

파일은 끝까지 갔다.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원재경이 없어도 곡은 끝까지 갔다. 정확히 말하면, 원재경이 없어서 네 명이 더 조심스럽게 끝까지 데려갔다.

끝.

원재경은 바로 다시 재생했다. 두 번째로 들을 때, 자기 목소리보다 드럼을 먼저 들었다. 세 번째로 들을 때, 기타 한 마디를 기다렸다. 네 번째로 들을 때, 베이스가 코러스 뒤에서 아주 조금 위로 걷는 걸 들었다. 다섯 번째로 들을 때, 패드가 너무 따뜻해지기 직전에 한 단계 낮아지는 걸 들었다.

여섯 번째 재생은 하지 않았다.

노트북을 닫았다.

방이 조용해졌다. 원재경은 그 조용함이 싫지 않았다. 싫지 않아서 더 어려웠다. 누가 붙잡지 않았는데 남아 있었다. 누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는데 자리가 생겼다. 누가 해석하지 않았는데 읽혔다. 누가 책임지겠다고 하지 않았는데 기대고 있었다.

왜 슬픈지 몰랐다.

그게 제일 이상했다. 슬플 일이 없었다. 곡은 잘됐다. 멤버들은 잘했다. 자신은 하루 쉬었고, 팀은 자기 몫을 했다.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좋은 결과가 어디 있나. 그런데 그 좋은 결과가 몸 안쪽 어딘가를 조용히 눌렀다. 아프지는 않았다. 아프면 이름을 붙일 수 있었을 것이다.

원재경은 핸드폰을 들었다. 답장을 썼다.

> 좋다│

너무 짧았다. 지웠다.

> 너무 좋│

너무 많이 들켰다. 지웠다.

한참 뒤에 다시 썼다.

> 좋다 내일 갈게

전송.

합주실 단톡은 몇 초 동안 조용했다.

> 네

> 파일 백업해 둘게요

그리고 차규빈.

> 목 아끼고 와

고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 한준희.

> 언니 내일 밝은 척 안 해도 돼요

원재경은 그 문장을 보고 웃었다. 소리가 나지 않는 웃음이었다. 밝은 척. 그렇게 보였나. 아니, 보였겠지. 준희는 그런 걸 본다. 원재경은 답장을 쓰지 않았다. 대신 핸드폰을 뒤집어 놓았다.

내일 가야 했다. 가고 싶었다. 그게 또 문제였다.

다음 날 두 시 칠 분 전, 원재경은 합주실 문 앞에 도착했다. 평소보다 일렀다. 문 너머로 드럼 소리가 들렸다. 아주 낮게. 규빈이 워밍업을 하고 있었다. 그 사이로 신디 패드가 한 겹 깔렸다. 다정이 이미 와 있었다. 베이스 한 음이 짧게 들어왔다가 빠졌다. 준희였다. 기타는 아직 없었다. 선우는 정각에 올 것이다.

원재경은 손잡이를 잡고 잠깐 멈췄다.

문을 열면 되는 일이었다. 문은 닫혀 있었다. 어제 파일 안에서, 그 문은 이미 열린 적 없이도 충분히 안쪽을 보여 줬다. 그래서 오늘 문을 여는 동작이 이상하게 늦어졌다.

문이 열렸다.

“왔어요?”

다정이 신디 너머에서 말했다. 시선은 들리지 않았다.

“응.”

규빈은 스틱을 한 번 돌렸다. 목?

“괜찮아요.”

“그럼 처음부터.”

고선우가 그때 들어왔다. 정각. 기타 케이스를 내려놓고, 원재경을 한 번 봤다. 아주 짧게. 묻지 않았다. 원재경도 말하지 않았다. 준희가 베이스를 멘 채로 웃었다.

“언니, 어제 파일 들었죠.”

“들었지.”

“싫었어요?”

다정의 손이 패치 위에서 잠깐 멈췄다. 규빈은 카운트 들어가기 전 스틱을 들었다. 선우는 페달을 밟지 않은 발로 바닥을 한 번 눌렀다. 질문은 가볍게 왔지만, 방 안의 네 명이 동시에 들었다. 원재경은 마이크 스탠드 앞에 섰다. 흰 마이크가 입가 아래로 올라왔다. 백금발이 어깨 앞으로 흘러내렸다. 웃음은 평소보다 조금 늦었다.

“아니.”

짧은 답.

“슬펐어.”

말하고 나서 원재경이 제일 먼저 놀랐다. 그 단어가 나올 줄 몰랐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누구도 바로 받지 않았다. 규빈은 카운트를 치지 않았다. 다정은 패치를 건드리지 않았다. 선우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준희는 웃지 않았다. 원재경은 마이크를 한 손으로 잡았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말이 끝나자, 규빈이 스틱을 들었다.

“그럼 처음부터.”

다정이 재생을 눌렀다. 고선우의 손이 줄 위에 올라갔다. 한준희가 베이스 첫 음을 잡았다. 원재경은 마이크 앞에 섰다.

카운트.

하나, 둘, 셋, 넷.

이번에는 사람이 방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