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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Flow

012. D+14 (2)

D+14 (2)

공연 본편의 반응은 음원과 다른 사람의 질감, 각 곡의 라이브 편차, 멤버별 존재감으로 갈라져 쌓인다.

# 공연 본편 반응 — 200명의 말이 새는 밤

공연은 끝나기도 전에 밖으로 새기 시작했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휴대폰을 계속 들 수 없었고, 밖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후기 받을 자리를 열어 놓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한 시간의 말은 다 조금 틀렸다. 곡 순서를 헷갈리고, 멤버 위치를 바꿔 쓰고, 드럼이 좋았다는 사람이 베이스 얘기를 놓치고, 원재경밖에 못 봤다는 사람이 뒤늦게 윤다정 손을 떠올렸다. 그게 더 믿겼다. 200명이 동시에 훌륭한 청자일 리가 없잖아. 그런 세계면 너무 무섭다.

Blue Light

첫 곡에서 제일 먼저 나온 말은 음원이랑 달라이었다. 나쁜 뜻은 아니었다. 사람 소리가 섞였다는 뜻에 가까웠다. 원재경 보컬은 음원보다 덜 매끈했고, 차규빈의 하이햇은 생각보다 앞에 있었고, 고선우 기타는 조명처럼 얇게 들어왔다. 누군가는 그걸 전부 정확히 들었다고 썼고, 누군가는 그냥 첫 곡에서 이미 됐대만 남겼다. 후자가 더 빨리 돌았다.

밖에서는 이 문장만 잘렸다.

Blue Light 첫 곡이라는데 후기 왜 이렇게 빨라음원보다 덜 매끈했다는 말부터 도네영상 없으면 못 믿지첫 곡은 원래 안전하게 잡는 거 아니야? 뒤를 봐야지

Pale Blue Dive

PBD는 더 현실적인 검문이었다. 후렴에서 보컬이 앞으로 가면 드럼이 밀리지 않아야 하고, 기타는 괜히 튀지 않아야 하고, 베이스는 늦게라도 곡을 밑에서 잡아야 했다. 현장 후기는 대체로 좋았지만 다들 같은 말을 하진 않았다. 한 사람은 원재경을 봤고, 다른 사람은 차규빈을 봤고, 누군가는 고선우가 뭘 했는지 모르겠는데 좋았다고 했다. 대충 본 사람이 더 솔직할 때도 있다.

날 붙잡아 아니 나를 놔 여기서 반응 터졌다는데드럼 안 무너졌다는 말 계속 올라오네고선우는 뒤에서 긁고 지나갔대. 뭔 말인지 모르겠는데 끌린다PBD는 라이브에서 더 붙는 곡인가 봐두 곡으로는 몰라. Bleed까지 봐야지

Mercury

Mercury에서는 객석이 처음으로 풀렸다. M.E.R.-cury는 현장에서 안 먹히기 어렵다. 놀리던 사람도 입모양은 따라 한다. 원재경은 이 곡에서 가장 덜 무서워 보였다는 말이 나왔다. 고선우 기타 얘기도 여기서 갑자기 늘었다. 빨간 재즈마스터를 들고 있었는지 아닌지 틀리게 쓴 사람도 있었고, 누군가는 그냥 오른쪽 기타라고 끝까지 불렀다.

Mercury 현장 반응이 제일 빨랐대원재경 이 곡에서 웃었다는 후기가 돈다고선우 기타 여기서 처음 제대로 들렸다는 말도 있고빨간 기타 아니라는데 아직도 빨간 기타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어M.E.R.-cury 따라 했다가 현타 왔다는 후기 보고 웃음

Bleed

Bleed는 말이 늦었다. 이게 제일 컸다. 현장에서 바로 올리는 사람들도 이 곡 직후에는 몇 분 비었다. 나중에 올라온 문장은 대부분 과장처럼 보였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지점을 말했다. 폰 내려감, 첫 줄에서 공기 바뀜, 크게 안 하는데 제일 세게 들림. 이런 문장은 공식 보도자료에서 쓰면 못 봐줄 텐데, 관객이 떨리는 손으로 쓰면 갑자기 살아난다. 세상은 참 출처에 약하다.

못 간 사람들은 여기서 제일 화가 났다.

Bleed 때 폰 내려갔다는 말이 제일 짜증나그 표현 너무 호들갑 같은데 또 궁금하긴 해영상 없으면 못 믿지근데 다들 같은 말을 하니까 뭔가 있긴 한가 봐이제 이 곡 영상 달라는 글만 올라오겠네

Parallel

Bleed 다음에 Parallel은 위험했다. 처지면 바로 죽고, 살면 공연이 숨을 쉰다. 후기는 처음엔 적었다. 다들 Bleed만 말하느라 잊은 듯 보였다. 그러다 밤이 되면서 Parallel 얘기가 늦게 올라왔다. 한준희 베이스가 여기서 처음 제대로 느껴졌다는 말, 차규빈이 덜 쳐서 좋았다는 말, 원재경이 말하듯 불러서 공연장이 작아졌다는 말. 늦게 오는 곡답게 후기도 늦었다. 참 성격 있다.

Parallel 화장실 타임은 아니었대준희 베이스 얘기가 드디어 나와차규빈이 덜 쳐서 좋았다는 말 이상한데 이해돼심심한 곡이 아니라 늦게 오는 곡이라는 말 너무 팬 같아서 싫은데 맞는 듯

Midnight Space

마지막 곡은 현장을 본 사람들도 설명을 못 했다. 그래서 더 오래 갔다. 엔딩으로 쓴 게 맞았다, 박수가 한 박 늦었다, 답을 안 주고 내려갔다. 그런 말들이 올라왔다. 누군가는 곡 제목을 Midnight Blue라고 잘못 썼고, 댓글에서 고쳐졌다. 그 실수까지 포함해서 더 현실적이었다.

Midnight Space 엔딩에서 박수가 한 박 늦었다더라후기만 보면 뭔지 모르겠는데 보고 싶어원재경이 끝까지 답을 안 주고 내려갔다는 말도 돌고그거 Midnight Blue 아니고 Midnight Space야못 간 내가 왜 고치고 있지

# 공연 직후 한 시간

가장 많이 돈 긴 후기는 의외로 들떠 있지 않았다. 기획형 밴드인 건 맞는데, 종이인형은 아니었다. 그 문장이 오래 갔다. 잘했다는 말보다 덜 뜨겁고, 그래서 더 믿겼다.

갤은 바로 비꼬았다. 비꼬면서 링크를 다 모았다.

이날 밤의 핵심은 성공이 아니라 갈증이었다. 잘했다는 말이 의심을 없애지 않았다. 오히려 그럼 보여 줘를 만들었다.

# 흔들린 사진

처음 올라온 사진은 대체로 못 찍었다. 조명은 낮고 손은 떨리고 사람들은 움직였다. 그런데 바로 그 흔들림 때문에 오래 돌았다. 공식 사진보다 진짜 봤다는 냄새가 강했다.

글래시 첫공 끝났고 사진은 거의 다 흔들림원재경 머리색만 살아남았어고선우는 기타 치는 손만 찍혔어 ㅅㅂ차규빈은 드럼 뒤라 어깨 위주윤다정은 장비 보느라 정면이 귀해한준희 사진은 흔들렸는데 웃는 입만 남았더라

원재경 실물 후기는 제일 많았다. 예쁘다로만 끝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사람들은 길고, 차갑고, 가까운데 잡히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너무 꾸민 문장도 있었고, 진짜 정신없는 문장도 있었다. 후자가 더 돌았다.

원재경 실물 가까이 있는데 안 잡힘 뭔 개소리냐고 하지마 나도 모르겠음백금발이 조명 받으면 거의 흰색인데 눈은 남음멘트 짧음 고맙습니다 하고 바로 곡 감사진보다 무대에서 더 길다

고선우는 얼굴보다 손과 기타로 돌았다.

고선우 정면 사진은 없고 손 사진만 잔뜩 떠기타 치는 폼이 먼저 보이는 사람예쁘다는 말보다 피곤하다는 말이 먼저 붙네페달 밟는 컷이 제일 잘 나온 게 너무 고선우다

차규빈은 드럼 뒤라 자료가 적었다. 그래서 적은 사진이 더 귀해졌다.

차규빈은 드럼 뒤에 있는데도 안정적이었다는 말이 계속 돌아무표정으로 치다가 끝에 살짝 웃었다는 사람도 있고묶은 머리랑 스틱 잡은 손만으로도 기억에 남아이 팀 보험이라는 말은 너무한데 또 틀리진 않네

윤다정은 일하는 사진이 돌았다.

윤다정은 진짜 계속 바빠정면 사진보다 패치 바꾸는 손이 더 남아무대 위에서 팬서비스는 없는데 일하는 장면이 팬서비스처럼 돌아

한준희는 사진보다 영상이 필요하다는 말이 바로 붙었다.

한준희 사진은 반만 잡힘Parallel에서 베이스가 곡을 걷게 한다는 후기 봤는데 영상 있어야 이해될 듯밝은데 방심한 느낌은 없음웃는 입만 선명한 사진 너무 준희

단체 사진은 이상하게 조용히 강했다. 다섯 명이 붙어 있지 않았고, 서로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래도 따로 노는 팀처럼 보이지 않았다.

글래시는 멤버들이 서로 붙어 있어서 좋은 팀이 아니라 서로 안 침범해서 좋은 쪽 같아원재경 중심인데 원재경만의 팀은 아니었어친해 보인다기보다 맞춰져 보인다는 말이 더 맞고마지막 인사 간격이 묘하게 남더라

# 밤의 상태

밤 9시가 지나자 말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라이브 됐대. 다른 하나는 영상 없으면 못 믿음. 사실 둘은 싸우는 말이 아니라 같은 말의 앞뒤였다. 200명이 본 걸 너무 구체적으로 말해서, 못 본 사람은 더 못 믿게 됐다.

첫공은 신인을 스타로 만든 밤이 아니었다. 그건 너무 빠르고 너무 깨끗한 말이다. 이날은 의심받던 팀이 일단 몸으로 반박한 밤이었다. 반박은 불완전했고, 사진은 흔들렸고, 후기들은 서로 조금씩 달랐다. 그래서 더 오래 갔다. 200명이 조용히 좋았다고만 했으면 금방 식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곡별 후기, 멤버별 목격담, 흔들린 사진, 잘못 적은 제목, 과한 문장, 피곤한 자정까지 전부 들고 나왔다. 못 간 사람은 질투와 의심과 호기심을 한꺼번에 받았다.

영상 내놔.

D+14 밤부터 이미 그 말이 다음 사건을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