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Flow
009. D-DAY
D-DAY
D-Day, EP가 공개되자 사람들은 음악보다 먼저 지난 며칠간 떠든 자기 입장과 체면을 마주한다.
순서대로 들어야 하는 밤
D-Day는 의외로 조용하게 시작했다.
서버가 한산했다는 말은 아니다. 여섯 날 동안 오후 여섯 시마다 1분짜리 조각을 씹던 사람들이 정오 알림을 기다리느라 잠깐 입을 다문 쪽에 가깝다. 말은 이미 너무 많이 했다. 블루라잇, PBD, 페쩌고, 머큐리, 머구리, 블리드, 패러렐, 미나스. 곡명은 제멋대로 줄었고, 밴드명은 글래시, 글라시, 글래쉬, 괄호밴드로 굴러다녔고, 멤버는 악기 색으로 불렸다. 그래도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 입장을 만들었다. 좋다, 별로다, 과하다, 귀에 남는다, 라이브 봐야 한다, 팬은 아니다. 웃기는 일이다. 정오에 공개되는 건 EP 하나인데, 같이 공개되는 건 지난 며칠간 떠든 자기 체면이다. 누가 더 빨리 알아봤는지, 누가 괜히 깠는지, 누가 아닌 척 저장했는지까지 같이 올라온다. 음원 공개는 늘 그렇게 음악보다 사람을 먼저 벌거벗긴다.
공식 피드에는 멤버 이름과 포지션도 함께 열렸다. 원재경. 보컬과 기타. 차규빈. 드럼. 고선우. 리드 기타. 윤다정. 키보드와 신스. 한준희. 베이스. 그제야 지난 며칠의 부정확한 호명이 조금씩 제자리로 밀렸다. 흰 기타 금발은 원재경이었고, 드럼 치는 사람은 차규빈이었고, 빨간 기타는 고선우였고, 화면 가장자리에서 장비를 만지던 쪽은 윤다정이었고, 낮은 소리를 묶어 두던 사람은 한준희였다. 다만 이름이 공개됐다고 해서 사람들이 갑자기 성실해지는 건 아니다. 현실의 대중은 프로필 카드 하나 보고 감정 노동까지 대납하지 않는다. 원재경, 재경, 원자경, 백금발, 하얀기타, 차규민, 빨간기타 이름 뭐더라, 베이스 한준희 맞나가 한동안 같은 화면에 붙는다. 이름은 열렸지만 입에는 늦게 붙는다. 얼굴보다 소리가 먼저 붙은 팀이면 더 그렇다.
1분짜리 목줄이 풀리자 제일 먼저 생긴 말은 의외로 곡평이 아니었다. 랜덤재생 하지 마라. 공식이 Listen in order를 써 둔 탓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 말을 바로 자기 말처럼 가져갔다. 대단한 해석이라서가 아니다. 여섯 날 동안 하루에 한 곡씩 당한 몸이 이미 순서를 외웠다. 어제까지 제목을 틀리던 사람들이 갑자기 재생 순서에는 예민해졌다. 인간은 이럴 때만 품위 있다. 아주 얄밉다. 순서를 지키는 순간, 지난 며칠간의 짜증도 예습이 된다. 아 왜 또 1번부터 듣고 있지라는 말이 그날 제일 정직한 입덕문이었다.
첫 재생은 대부분 끝까지 가지 못했다. 완주율이 낮았다는 말이 아니다. 사람들이 끝까지 듣기 전에 말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Blue light 첫 후렴이 끝나기도 전에 X가 움직였고, Pale Blue Dive 후반에 도착하기 전 더쿠에는 이미 “오늘 뭐가 제일 좋음?”이 떴다. Mercury가 끝나기 전에 쇼츠에는 M.E.R.-cury 입 모양만 잘린 클립이 돌았고, Bleed 2절이 시작되자 이상하게 댓글 속도가 줄었다. 인간은 늘 끝까지 듣기 전에 말을 먼저 한다. 그런데 이날은 그 조급함마저 버즈가 됐다.
팬은 아닌데도 예상대로 늘었다. 팬이 아니라면서 전곡을 저장하고, 팬이 아니라면서 멤버 이름을 검색하고, 팬이 아니라면서 쇼케이스 공지를 찾는다. 팬덤은 공식 가입서로 생기지 않는다. “팬 아닌데”라는 변명이 같은 시간대에 반복될 때 생긴다. 유치한데 정확하다.
D-Day가 재밌어진 건 곡 하나가 압도해서가 아니었다.
여섯 곡마다 변호인이 생겼기 때문이다. Blue light를 첫 문으로 지키는 사람, Pale Blue Dive 후반을 붙잡는 사람, Mercury가 훅만 있는 곡이 아니라고 말 바꾸는 사람, Bleed에서 조용해진 사람, Parallel을 뒤늦게 변호하는 사람, Midnight Space 때문에 다시 1번을 누른 사람. 발매 첫날치고는 너무 빨리 갈렸다. 빠른 갈림은 위험하다. 피곤하니까. 그런데 피곤하다는 건 사람들이 떠났다는 뜻이 아니라, 이미 자기 곡을 하나씩 쥐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갈림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었다. 사람들은 처음 듣는 척했지만 사실 여섯 날 동안 이미 다 당했다. D-14의 파란 사진, D-7의 15초, 블루라잇의 첫 문, 페쩌고의 0:43, 멀쿠리의 입모양, 목유리노래, 페러렐의 낮은 울타리, 미나스의 안 닫히는 끝. 모두가 전부를 기억한 건 아니다. 하지만 각자 하나씩은 쥐고 있었다. D-Day의 폭발은 그래서 더 민망했다. 처음 빠진 게 아니라, 며칠 전부터 이미 조금씩 젖어 있었던 걸 정오에 들킨 셈이니까.
이런 식의 반응은 호들갑과 달랐다. 호들갑은 새것을 크게 부르는 쪽이고, 이날의 말들은 이미 손에 묻은 걸 뒤늦게 보는 쪽이었다. 그래서 내가 언제부터 기다렸지? 같은 질문이 많았다. 사진 첫날부터였는지, 15초 티저부터였는지, Blue light 첫 줄부터였는지, Bleed에서였는지, 정확히 모른다. 그 모름이 D-Day를 더 크게 만들었다. 시작점을 못 찾으면 그건 이미 습관 쪽에 가깝다.
Blue light는 다시 살아났다. D-6에는 처음 들린 곡이라 유리했지만, 전곡 공개일에는 오히려 첫 트랙이라는 자리를 증명해야 했다. 너무 쉽게 들어오면 낮게 보이고, 너무 안전하면 얕게 들린다. 그런데 풀버전에서는 그 쉬운 표면이 문 역할을 했다. 보컬은 가까운데 밀어붙이지 않고, 기타는 맑은데 끝이 살짝 따갑고, 드럼은 크게 나서지 않으면서 곡을 흐물거리게 두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런 말을 다 하지는 않는다. 대신 블루라잇 다시 좋네, 1번으로 두니까 이해됨, 입문곡인데 안심곡은 아님 정도로 말한다. 그게 더 정확하다.
Pale Blue Dive는 1분 때 손해를 본 쪽이었다. 제목은 크고, 이미지는 높고, 사람들은 물 한 방울 없는 dive에서 멈췄다. 풀버전이 열리자 말이 조금 바뀌었다. 이 곡은 잘라 들으면 “위로 가는 분위기”로 보이는데, 이어 들으면 그 위쪽이 생각보다 건조하다. 후반에서 보컬이 더 직선으로 올라오고, 드럼은 과하게 터지지 않는데 몸을 앞으로 민다. 대중은 그걸 또 고상하게 안 부른다. 페블 뒤가 있었네, PBD 1분은 억울했음, 다이브라면서 왜 위로 감 정도면 충분하다.
Mercury는 놀림을 당하면서 이겼다.
M.E.R.-cury는 너무 잘라 먹기 좋은 훅이고, 그만큼 “노린 티 난다”는 말도 붙기 쉽다. 그런데 풀버전에서는 그 장난이 곡 전체를 다 먹어 치우지 않는다. 저역이 생각보다 몸 가까이 붙고, 보컬 자음이 얇게 지나가고, 기타는 계속 떠들지 않고 접촉 순간만 반짝인다. 그래서 D-4에 멀쿠리 하던 사람들이 D-Day에는 조금 불편하게 말 바꾼다. 훅곡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말 바꾸는 순간이 제일 맛있다. 사람은 자기 틀린 말을 인정할 때도 귀엽게 못한다.
Bleed는 가장 빨리 코어픽처럼 굳었다.
누구나 제일 좋아한다고 말하기 쉬운 곡은 아니다. 제목부터 무겁고, 1분 때부터 너무 정색하게 만드는 줄이 많았다. 그런데 전곡에서는 그 부담이 약점보다 힘으로 붙었다. 크게 울부짖는 곡이 아니라 새는 곡이라 더 오래 간다. Glass in my throat, Fifty doors, I just didn’t close, from in here. 사람들은 이 줄을 예쁘게 해석하기 전에 먼저 복사한다. 그리고 복사하고 나서 조금 민망해한다. 좋은 징조다. 가사가 말보다 먼저 손가락에 들어갔다는 뜻이니까.
Parallel은 낮에 제일 손해를 봤다.
발매 첫날에는 사람들이 늘 빠른 판정을 좋아한다. Blue light는 바로 잡히고, Mercury는 바로 흥얼거리고, Bleed는 바로 조용해진다. Parallel은 그런 식으로 자신을 팔지 않는다. 폰 스피커로 들으면 더 얇고, 1분 때는 더 심심했으며, 전곡에서도 처음엔 뒤로 밀린다. 그런데 밤이 되면 변호인이 생긴다. 베이스가 안 들리는 게 아니라 안 튀는 거였고, 드럼이 약한 게 아니라 걷게 두는 거였고, 보컬이 덜 들이대는 게 곡의 거리였다. 이런 말은 낮에 많이 안 나온다. 사람은 밤이 되어야 자기 귀가 좀 덜 뻔뻔해진다.
Midnight Space는 끝내지 않았다.
이 곡이 마지막에 있어서 좋은 이유는 닫아 주기 때문이 아니라, 닫힌 줄 알았는데 다시 첫 곡 앞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D-1 때 이미 그런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 있었고, D-Day에는 그 말이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미나스 듣고 블루라잇 다시 감. 좋은 엔딩이라는 말보다 이게 더 중요하다. 좋은 엔딩은 박수를 받지만, 다시 1번을 누르게 하는 엔딩은 시간을 훔친다. 아주 비열하고 좋은 일이다.
곡별 파벌이 생기자 말은 금세 지저분해졌다. 누구는 블루라잇이 제일 완성도 높다고 하고, 누구는 블리드가 심장이라고 하고, 누구는 머큐리가 대중픽이라고 한다. PBD파는 뒤늦게 억울해하고, Parallel파는 자신들이 고급 귀인 것처럼 굴다가 바로 놀림받고, Midnight Space파는 “한 곡으로 보기보다 앨범 길목” 같은 말을 하다가 본인도 민망해진다. 좋은 현상이다. 한 곡으로만 합의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D-Day 오후가 되자 까는 쪽도 모양을 바꿨다. 아직 데뷔도 전인데 왜 이렇게 난리냐에서 곡은 괜찮은데 너무 띄운다로. 이 차이는 크다. 전자는 음악 밖에서 공격하는 말이고, 후자는 이미 한 번 들었다는 자백이다. 비호감층은 캡처를 퍼 나르고, 호감층은 링크를 뿌리고, 관망층은 “뭔데 이 정도로 싸우냐” 하며 재생 버튼을 누른다. 아무도 완전히 밖에 있지 않았다. 싫어하는 사람은 문 앞에서 욕하면서 안을 보고 있고, 관심 없던 사람은 왜 싸우는지 보러 온다. 음악은 그렇게 깨끗하게 퍼지지 않는다. 늘 발자국이 더럽다.
밴드 커뮤니티는 더 냉정했다. 물론 냉정한 척이었다. 이미 들었고, 이미 말을 얹었고, 이미 쇼케이스를 검색했으면서 “아직 모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유보가 D-Day에서 제일 소중하다. 완전한 인정이 아니라 다음 칸을 열어 두는 인정. 음원은 합격. 라이브는 보류. 이 한 줄이 이날의 표어처럼 돌았다.
200석 쇼케이스는 D-Day 반응에 기름을 부었다. 음악을 듣고 끝나는 날이 아니라, 다음 목격 기회가 갑자기 너무 작아 보이는 날이 됐다. 호감층은 자리 줘로 붙고, 비호감층은 수요 예측 실패냐 바이럴이냐로 붙고, 업계 보는 사람들은 작은 홀 후기 중요하겠다로 본다. 다 다른 이유인데 같은 표를 쳐다본다. 이럴 때 화제는 커진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라서가 아니라, 각자 다른 이유로 같은 문 앞에 몰리기 때문이다.
멤버 반응도 깨끗하게 퍼지지 않았다. 이제 이름이 열렸으니 특정 멤버로 유입되는 사람이 생기지만, 다섯 명을 한 번에 품는 사람은 적다. 원재경은 보컬과 흰 기타로 가장 먼저 붙고, 차규빈은 드럼이 조용한데 계속 받친다는 식으로 천천히 잡힌다. 고선우는 빨간 기타와 고역 피킹, 윤다정은 신스가 빠지면 색이 빠질 것 같다는 말, 한준희는 베이스 안 들리는 줄 알았는데 없으면 뜰 듯이라는 늦은 발견으로 온다. 아주 좋다. 모두가 동시에 스타가 되는 건 광고고, 한 명씩 늦게 보이는 건 밴드다.
오후 늦게는 순위 놀이가 시작됐다.
순위 놀이는 가볍고 유치하지만, 가볍기 때문에 오래 간다. 사람들은 깊게 쓰는 척하면서도 결국 1. 블리드 2. 머큐리 3. 블루라잇 같은 표를 만든다. 누군가는 PBD를 너무 낮게 뒀다고 싸우고, 누군가는 Parallel을 밤에 다시 들으라고 한다. 이런 사소한 방어전이 EP의 하루를 늘린다.
저녁이 되자 더 긴 말이 조금씩 나왔다. 모든 사람이 전곡을 들은 건 아니고, 들은 사람도 다 같은 깊이로 듣지 않았다. 그래도 긴 글을 쓰는 몇 명은 있었다. 이때도 너무 깔끔하면 가짜다. 현실의 긴 글은 망설임과 변명과 방어가 섞인다. 좋다고 쓰기 전에 아직 모르겠는데를 붙이고, 칭찬한 다음 바로 라이브는 봐야 함을 붙인다. 그쪽이 더 믿긴다.
밤이 되면서 Parallel의 말이 늘었고, Midnight Space를 거쳐 다시 Blue light로 돌아간 사람도 늘었다. 낮의 승자는 Mercury와 Bleed였지만, 밤의 재생 시간은 조금 달랐다. 이건 순위의 문제가 아니라 습관의 문제다. 낮에는 바로 말할 수 있는 곡이 이기고, 밤에는 다시 틀 수밖에 없는 곡이 올라온다.
그래도 D-Day가 모든 걸 이긴 날은 아니었다.
완전히 넘어간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싫어하는 쪽은 여전히 회사 냄새를 말하고, 관망층은 쇼케이스를 기다리고, 밴드 귀를 가진 사람들은 작은 홀에서 드럼과 보컬의 거리감이 유지되는지 보겠다고 한다. 그게 맞다. 전곡이 공개됐다고 무대까지 검증된 건 아니다. 오히려 전곡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에 다음 질문이 더 날카로워졌다. 음원은 들었다. 이제 방에서, 무대에서, 다섯 명이 실제로 붙는 꼴을 내놓으라는 말이다.
한편 정확히 같은 EP를 듣고도 전혀 다른 곳을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보컬 자음만 붙잡고, 어떤 사람은 기타 톤이 너무 깔끔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드럼이 안 나대서 좋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회사가 너무 잘 짜 놓은 것 같아 짜증난다고 한다. 이 반응들이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같은 날의 정상 범위다. 하나의 앨범을 모두가 같은 크기로 듣는 일은 없다. 대부분은 한 조각만 물고 돌아다닌다. 그리고 그 한 조각이 정확할 때가 더 많다. 전체를 안다고 착각하는 말보다, 블리드 목유리 뭐냐 같은 말이 더 진짜일 때가 있다.
멤버 이름 공개도 밤까지 완전히 정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름이 생겼기 때문에 틀리는 방식이 늘었다. 원재경은 원재, 재경, 원자경, 백금발 사이를 오갔고, 차규빈은 드럼, 리더?로 흔들렸다. 고선우는 빨간 기타 덕분에 그나마 빨리 붙었지만 고선웅이 됐고, 윤다정은 건반과 신스로 기억되다가 이름을 늦게 얻었다. 한준희는 베이스라서 가장 늦게 보였고, 그래서 한 번 붙은 사람들은 더 끈질겼다. 현실적인 밴드 초반 인지도란 늘 이런 모양이다. 얼굴이 먼저 가는 사람, 소리가 먼저 가는 사람, 이름이 제일 늦게 오는 사람.
D-Day의 비공개 계정들은 더 민망했다.
공개 계정에서는 라이브 봐야 함이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비계에서는 이미 졌다고 썼다. 특히 원재경 보컬은 이런 곳에서 먼저 과하게 받아들여졌다. 공개로는 “보컬 좋네요” 정도지만, 비계에서는 “가까운데 가까워지지는 않아서 짜증난다”로 간다. 그래도 이 반응을 많이 두면 향수 광고가 된다. 아주 조금만 있어야 한다. 현실에서도 저런 사람들은 많아 보여도 실제로는 타임라인 한구석의 소수다. 대다수는 그렇게 섬세하지 않다. 그냥 목소리 이상하게 남음이라고 쓰고 잠깐 뒤에 또 듣는다.
플랫폼마다 같은 문장도 다른 색으로 변했다. 트위터에서는 팬아님 망함이 돌고, 더쿠에서는 덬들 뭐가 제일 좋음?으로 바뀌고, 디시에서는 음원은 ㄱㅊ 라이브는 보류가 되고, 카톡에서는 자료조사라는 비겁한 핑계가 된다. 같은 마음을 같은 말로 쓰면 세계가 너무 친절해진다. 현실은 더 게으르고 더 시끄럽다. 사람들은 자기 화면에 맞는 모양으로만 솔직하다.
D-Day 마지막에 남은 말은 거창하지 않았다.
아직 라이브 안 봤으니까 최종 판단은 못 하겠는데, 쇼케이스 후기 기다리게 만든 순간 이미 진 것 같음. 이 문장이 가장 정확했다. 사람들은 아직 쇼케이스를 보지 않았다. 무대도 보지 않았다. 녹음실 영상도 보지 않았다. 작은 방에서 다섯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붙는지 모른다. 그들은 다만 전곡을 들었고, 공식 사진을 봤고, 이름을 확인했고, 다음 표를 노려봤다. 충분하다. D-Day가 해야 할 일은 모든 의심을 없애는 게 아니었다. 의심을 다음 공개물 앞으로 이동시키는 일이었다. 그건 됐다. 아주 구질구질하게,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자정이 지나도 평가는 닫히지 않았다. 닫히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내일부터 사람들은 다시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음원은 들었다. 이제 라이브를 내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