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MATTERZ

World Flow

013

화면이 너무 밝았다

공연이 끝난 밤, 다섯은 국밥집 테이블에서 자기들 사진이 도는 속도를 처음으로 같이 지켜본다.

길을 건넌 뒤에도 폰은 계속 울렸다. 셋 중 누구도 바로 꺼내지 않았다. 꺼내지 않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르다. 주머니 안에서 짧게, 얇게, 몇 번이고 몸을 두드리는 진동을 셋 다 세고 있었다.

사진은 벌써 올라와 있었다. 원재경의 옆얼굴. 고선우의 손. 차규빈의 어깨와 심벌. 윤다정의 고개 숙인 뒷모습. 한준희가 눈을 반쯤 감고 웃는 사진. 누가 제대로 찍은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이미 이름을 붙이고 있었다. 무대 조명 아래에서는 파란색이었고, 객석에서는 얼굴이 반쯤 가려졌고, 흰 벽 앞에서는 그럭저럭 정돈돼 보였던 밤이, 휴대폰 안에서는 전부 너무 빨랐다.

골목 안쪽 가게 몇 개는 벌써 닫혀 있었다. 다정이 화면 속 지도를 반 바퀴 돌렸을 때, 도로 쪽에서 헤드라이트가 한 번 깜빡였다. 매니저의 차였다. 장비를 실어 보내고 남은 둘이 내렸다. 규빈이 차 문을 닫으며 물었다.

“밥 먹을래?”

“이미 찾고 있었어요.”

“뭐 있는데.”

“국밥 아니면 국밥요.”

준희의 보고에 선우가 코로 짧게 웃었다. 다정이 재경을 봤다. 목은 괜찮아요? 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아끼는 게 아니라, 아직 말이 몸에 돌아오지 않은 쪽이었다.

늦게까지 하는 집은 결국 국밥집이었다. 구석 테이블에 다섯이 앉았고, 기타 케이스와 노트북 가방과 스틱 가방이 벽을 따라 한 줄로 섰다. 물수건과 수저가 놓이는 동안 아무도 폰을 꺼내지 않았다. 삼십 초쯤 갔다. 먼저 무너진 건 준희였다.

“이거 봐도 돼요?”

물어보고 나서 이미 보고 있었다. 규빈이 수저를 내려놓았다.

“보지 말라면 안 볼 거야?”

“아뇨.”

“그럼 왜 물어봐.”

준희는 대답 대신 화면을 한 번 더 내렸다. 자기 얼굴이 알아볼 수 없게 흔들린 사진 아래 한준희 웃는 입만 살아남이라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준희가 짧게 웃었다.

“내 입만 데뷔했어.”

“좋겠네.”

“언니 손도 데뷔했어요.”

“지우자.”

“제가 올린 거 아니라서.”

“알아. 그래도 지워.”

“세상한테 말해야죠.”

선우는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자기 폰을 켰다. 공연이 끝나고는 처음이었다. 화면에는 손 사진이 떠 있었다. 누가 확대해서 다시 올린 사진. 손가락 끝은 흐리고 기타 줄만 이상하게 선명했다. 몇 초 보다가 말했다.

“이거 진짜 못 찍었다.”

“근데 좋아요 많이 붙었어요.”

“그게 더 별로지 않나.”

“못 찍힌 게 지금은 더 믿기나 봐요.”

“그 말도 좀.”

“맞는 말이라서?”

“어.”

다정은 폰을 직접 켜지 않았다. 누가 보낸 링크를 눌렀을 뿐이다. 그 차이가 중요하다는 듯이. 화면에는 검색어들이 줄지어 있었다. glassh(our) 쇼케이스. 원재경 실물. Bleed 라이브. 차규빈 드럼. 윤다정 손. 다정은 마지막 검색어에서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 규빈이 국물을 뜨며 말했다.

“네 손이 제일 많이 움직였잖아, 오늘.”

“그거 들으라고 공연한 거니까, 아무래도.”

재경의 화면에는 자기 이름이 너무 많았다. 누군가 원재경은 가까운데 안 잡힘이라고 썼고, 다른 사람이 그 문장을 인용해 두었다. 흰 머리와 검은 마이크, 반쯤 어두운 옆얼굴이 붙어 있었다. 재경은 그 사진을 닫고 다른 사진을 열었다. 다섯이 마지막 인사를 하는 사진이었다. 준희가 반 발 뒤에 있고, 선우는 기타 넥을 보고 있고, 규빈은 스틱을 한 손에 모으고, 다정은 케이블을 뒤로 넘기는 중이었다. 자신은 마이크를 아직 손에 들고 있었다. 공식 카메라가 아니라 관객 중 누군가가 흔들리는 손으로 붙잡은 순간이었다. 이상하게도 그쪽이 덜 부끄러웠다.

수저 소리 사이로 단톡이 울렸다.

마지막 메시지에서 재경의 손가락이 물컵을 살짝 눌렀다. 플라스틱이 아주 작게 들어갔다가 돌아왔다. 아무도 재경을 보지 않았다. 그것도 배려였다. 선우가 폰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 전에 있던 밴드 사진도 돌던데요.”

“공개 포스터나 공연 사진이면 바로 내리긴 어렵대요. 악의적인 편집이면 대응하고.”

“망한 것도 악의로 봐 주면 안 돼요?”

준희가 숨을 삼키듯 웃었다. 규빈이 준희를 봤다. 준희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다정이 이어서 물어 둔 게 있었다. 공식 사진은 원래 내일 오전인데, 조금 늦출 수도 있단다.

“늦추면 비공식 사진이 대표처럼 돌 텐데.”

“그래서 보고 있대요.”

“너무 얼굴 위주로 올리면 더 커질 거고.”

“그래서 고르는 중이래요.”

선우가 숟가락을 놓았다. 그런 거 고르는 일도 있구나. 다정은 건조하게 받았다.

“있죠. 우리가 안 보면 더 이상해질 테니까.”

그 말에 테이블이 잠깐 조용해졌다. 누가 맞다고 하지 않아도 모두 알았다. 밖에서는 사진이 돌고 있었다. 안에서는 그 사진이 어디까지 가도 되는지 선을 다시 그어야 했다. 공연은 끝났지만, 끝난 건 노래뿐이었다.

국밥이 나왔다. 다섯 그릇이 거의 동시에 놓였고, 잠깐은 정말 아무도 폰을 보지 않았다. 먹는 일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반쯤 비웠을 때 준희가 물었다.

“우리 내일 기사 뜰까요?”

“뜨겠지.”

“사진도?”

“아마.”

“어떤 사진으로?”

“우리가 제일 싫어하지 않는 걸로.”

“그게 있나.”

“있어야지.”

준희가 폰을 재경 쪽으로 밀었다. 흔들린 사진 아래 영어 댓글이 붙어 있었다. People liked the breath. Bleed 첫 줄 끝에서 들어간, 음원에는 없는 숨 얘기였다. 재경은 화면을 오래 보지 않았다.

“그게 더 곤란한데.”

그때 재경의 폰에 새 알림이 떴다. 볼 생각이 없었는데 첫 줄이 미리보기로 올라와 있었다.

원재경 예전 커버 기억나는 사람?

재경은 화면을 껐다. 준희가 봤는지 못 봤는지 알 수 없는 얼굴로 물었다. 괜찮냐고. 대답은 늦었다.

“응. 그냥, 응.”

규빈이 눈을 들지 않고 말했다. 다들 그만 봐.

“언니도 봤잖아요.”

“봤으니까 하지 말라는 거야.”

재경은 폰을 뒤집어 놓았다. 대신 무대 끝에서 늦게 들어온 박수를 떠올렸다. 박수보다 그 전의 짧은 틈이 더 오래 남아 있었다. 아무도 소리 내지 않았던 아주 작은 시간. 그때만큼은 누구도 캡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게 다행이었다.

그릇이 비어 갈 때쯤 준희가 숟가락으로 허공을 한 번 저었다.

“다음 공연 끝나면 맥날 가요.”

재경이 처음으로 소리 내서 웃었다. 아주 짧게. 지금 그 말 하지 마. 준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요? 다정은 폰을 보고 있었다. 뭔가를 확인한 얼굴이었다. 화면을 내밀지는 않았다.

“아마 곧 알게 될 거라서.”

“뭘?”

“나 옛날에 맥날 알바 했었거든.”

선우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건 또 언제 나오려나. 그 무렵 커뮤니티에는 누군가 오래된 댓글 캡처를 올리고 있었다. 원재경의 예전 커버 영상 아래 달렸던 말이라고 했다. 언니는 한겨울에 뜬 태양 같아요. 날짜는 오래전이고, 썸네일은 흐리고, 영상은 볼 수 없다. 댓글만 남아 있다. 그 캡처가 몇 명의 화면을 거쳐 어디까지 갈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다.

테이블 위에서 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아무도 바로 보지 않았다.